첫눈 내리는 은두산 산행 길에서
옵시모스 박춘식
거친 숨소리로 시작된 산행 길
턱까지 차오르던 고갯마루도 잠시
바스락바스락
마른 낙엽 밟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걸어가는 능선 길은
눈으로 산을 타고
우리들의 목소리로 산을 탄다
잠시 둘러앉은 자리
따뜻한 물 한잔의 기운이 온몸을 맴돌 때
숲 해설가는 고은 노래로 시선을 모으고
골바람은 시샘을 하듯 등을 떠밀어
산비탈 낙엽에 묻힌 발목을 감싸 안는다
첫눈 내리는 개울에 다다른 소녀들
들뜬 가슴에 그 어릴 적 옛 추억을 불러 모으고
꼬리 늘어뜨린 환한 미소의 대화로 입을 맞춘다.
한적한 카페의 차 한 잔의 따뜻함과
강가에 내리는 첫눈의 설렘으로
우리의 마음을 찻잔에 담아낼 때
깊어진 늦가을의 손님도
산객의 마음이 되어 잠시 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