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모스·박춘식

겨울비 속에 오케스트라

옵시모스 2017. 6. 18. 17:00




겨울비 속에 오케스트라  
                     옵시모스  박 춘식
그 날 오후 
짙은 어둠이 
이른 겨울비를 불러와
우산속 깊은 곳 어깨 위  
잔설처럼 스며들어 젖은 걸음을 재촉한다
공연시작
울려 퍼지는 웅장함
그리고 적시듯 찾아오는 고요함
밝은 어린소녀의 웃음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마무리되는 베토벤의 운명
겨울비 폭풍처럼 파괴되어
짓눌린 가슴은 터져 나가고
온몸에 불순물이 빠져 나가듯
무거운 짐들이 흩어져 날린다
바리톤의 묵직함 속에
그리운 금강산이 
베토벤의 귓병처럼 
길 잃은 청각을 자극하고
비 맞은 거리에
잔잔한 바람 한 점 불듯
해후의 음악이 머리와 함께한다
돌아서는 발길 끝
운명과 해후는 그렇게
비 내리는 겨울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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