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모스·박춘식

산행 길에서

옵시모스 2016. 2. 16. 21:26
 

산행 길에서 / 옵시모스 박춘식
땅 아래를 내디디는 발의 무게는
한 짐을 더 올려놓은 듯  점점 더뎌질 때
긴 숨 몰아쉬며 보이지 않는
저 넘어 능선을 향하여 시선을 옮기어본다
잠시 가쁜 숨을 뒤로하고
아래를 향하는 발걸음을 바라보니
계곡에서 따라 오르는
구름이 나를 떠밀며 재촉한다
오르는 발길은 노폐물에 젖어가고
고르지 못한 숨은 바람을 잠재우며
저 하늘 아래를 향하는 눈은 바쁘기 만한데
바람이 앞서간 자리에
천년의 세월을 품은 주목(朱木)은
게으른 걸음을 기다리며
두 팔 벌여 어서 오라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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