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길에서 / 옵시모스 박춘식 땅 아래를 내디디는 발의 무게는 한 짐을 더 올려놓은 듯 점점 더뎌질 때 긴 숨 몰아쉬며 보이지 않는 저 넘어 능선을 향하여 시선을 옮기어본다 잠시 가쁜 숨을 뒤로하고 아래를 향하는 발걸음을 바라보니 계곡에서 따라 오르는 구름이 나를 떠밀며 재촉한다 오르는 발길은 노폐물에 젖어가고 고르지 못한 숨은 바람을 잠재우며 저 하늘 아래를 향하는 눈은 바쁘기 만한데 바람이 앞서간 자리에 천년의 세월을 품은 주목(朱木)은 게으른 걸음을 기다리며 두 팔 벌여 어서 오라 손짓한다
'옵시모스·박춘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을 싣고 (0) | 2016.02.29 |
---|---|
지나간 바람 (0) | 2016.02.23 |
내 허물을 벗는 날 (0) | 2016.02.09 |
죽지 못한 시 (0) | 2015.11.18 |
[스크랩] 문학의봄 특선 15인시집 출간 (0) | 2015.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