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고 싶은 오늘
옵시모스 박춘식
어둠을 밀어내는 십자가의 불빛들이 가득한
도시의 밤을 나선다
조용한 거리에 흩날리는 쓰레기들
버려진 약속처럼 수없이 바람에 날리고
어디선가 정적을 울리는 외로움의 단어들은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뛰쳐나온다
그리움을 토해내는 미친 취객들 소리에
큰 액자의 그림은 깨지고 그 사이 거친 바람이
기구 하나 없는 구석진 방 모서리로 몰고 와
긴 한숨의 한기(寒氣)를 내려놓는다
들리지 않는 한쪽 몸을 침대에 내려놓으며
새벽길 일에 지쳐도 잠들지 못하는 이시간이
사랑에 서툴렀던 시간들보다
서툴렀던 이별에 아픔들보다
더 힘들고 가슴에 통증이 찾아오는 건
멀리 도망치듯 떨쳐버린
그날의 깨진 그리움의 조각들을 주우려
다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