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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현대시 추천 [17] - 개여울

옵시모스 2016. 6. 17. 10:59

 

 

 

 

              ■  해설과 감상

                                 
              소월이 1922년 `개벽` 지에 발표한 시이다.

               

              고려가요 중에 <서경별곡>이라는 시가가 있다.

              또 고려 때 정지상이 지은 한시 <송인>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두 편의 시에서 대동강은 님을 떠나 보내는 이별의 공간이다.

              한국인의 정서 속에서, 강물은 늘 이별의 장소이며, 재회를 희구하는 기다림의 공간이었다.

              즉 이별과 만남의 상징이며 은유였던 것이다.

               

              소월의 <개여울>은 바로 이러한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록 거대한 강물이 작은 개여울로 바뀌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1연에서 화자는 제삼자의 입장을 취한다.

              사랑의 당사자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관찰자의 입장은 3연까지 지속된다.

              하지만 4연에 오면 과거시제가 현재시제로 바뀌면서 화자는 슬며시 사랑의 당사자로 변한다.

              개여울에 나와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12행)하는 사람은 바로 화자 자신이다.

              3연에서 추측(있었어야만 한다는 억측)으로만 존재했던

              '가도 아주 가지는 / 않노라'(13, 14행)라는 님의 진술은, 5연에 오면 기정 사실화된다.

               

              과거에는 임이 앉아 있던 개여울에 이제는 화자가 앉아 있다.

              이를 영상으로 옮긴다면 어떨까?

              아마도, 개울가에 앉아 있는 과거의 임의 모습에

              현재의 화자의 모습이 슬그머니 오버랩되는 영상으로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떠나간 임의 행동(개여울에 주저앉음)을 '날마다'(10행) 반복해서 흉내내는 화자는 결코

              임을 잊지 않겠다는 의중을 5연의 마지막에 드러내 놓고 있다.

              잊지 않겠다는 자기 스스로의 결의(맹세)가 마치 임의 부탁에 의한 것인 양,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15행)라는 완곡한 표현을 통해 능청(?)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런 화자의 모습은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말했던

              진달래꽃의 화자에 비해 분명 감동의 수위가 낮다.

 

 

출처 : 시와 인연
글쓴이 : 김영숙 에스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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